어느날 갑자기 타이페이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페이 여행은 전에도 다녀왔기 때문에, 사실은 타이페이를 가고 싶다기 보다도, 어디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휴가를 길게 낼 수 없으니, 가까운 곳으로 찾다보니 일본, 대만, 홍콩 정도로 범위가 좁혀졌다. 일본은 맨날 천날 출장으로 다녀오니 일단 패스, 홍콩은 혼자 가면 좀 심심할거 같으니 패스, 지난번에 못 본 국립 고궁 박물원도 가고 싶고, 단수이도 가고 싶고, 혼자서 여행도 충분히 즐거울 것 같아서 대만 타이페이로 결정 했다. 그렇게 갑자기 떠나게 된 대만 타이페이 여행의 이야기를 여기서 풀어본다.
1. 인천공항에서 숙소까지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 7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타이페이의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 2시간 30분의 비행 후 도착한 현지 시각은 9시 30분.
도착하자마자 타오위한 공항 1터미널의 편의점에서 이지카드를 구입 하였다. 보증금 NT$ 100에 NT$400을 충전하여 지불한 총 금액은 NT$500.
지하철을 타고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인 Sunny Hostel로 이동. 혼자 여행이다보니 호텔은 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처음으로 게스트 하우스 1인실을 예약해 봤다. 처음으로 묵는 게스트하우스라 좀 걱정이 되지만, 후기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평이 좋은 곳으로 예약 했으니, 내심 기대를 해본다.
MRT 레드라인을 타고 NTU Hospital Station 출구 1번으로 나오니 얼얼바(228) 평화 기념 공원이 나온다. 나야 숙소를 빠르게 가기 위해서 공원을 가르지르는 중이지만, 사실 이 공원은 과거 대만 정부의 폭압에 맞서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역사적인 장소라고 한다.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공원에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색소폰을 부는 사람 등 우리네 공원과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3분정도 걸어가니 내가 예약한 숙소인 Sunny Hostel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 체크인 시간 전 이어서, 우선은 숙소에 캐리어를 맞겨두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2. 환전 (트래블 로그 카드)
점심을 먹기 전에 돈을 찾아야지.
이번 여행은 현금 환전을 하지 않고 왔다. 트래블로그 카드에 외화 금액을 넣어두고, 큰 돈은 카드로 결제하고, 현금이 필요할수도 있으니, 필요한 만큼만 ATM에서 뽑아서 여행할 예정이다. 트래블로그 카드 (마스터 카드)는 국태세화은행(國泰世華商業銀行 Cathay United Bank)의 ATM에서 무료 인출이 가능하다. 혹시 ATM을 못찾으면 어쩔까 걱정을 했는데, 편의점은 물론이고 지하철역 곳곳에 국태세화은행의 ATM이 있었다.
참고로 국태세화은행의 간판은 아래 사진과 같은 노란색 간판을 찾으면 된다.
3. 아종면선 시먼점 (곱창 국수)
ATM에서 돈을 찾고, 지난번 대만 여행에서 못먹은 아종면선의 곱창 국수를 먹으러 갔다. 가격은 스몰 사이즈는 NT$60, 라지 사이즈는 NT$75. 근데 비주얼도 그렇지만 라지는 좀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몰 사이즈로 주문. 테이블은 따로 없고, 서서 먹거나,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의자에 적당히 앉아서 먹어야 한다. 상당히 불편한 자세로 대강 먹는다. 곱창이 들어가서 꽤 특이한 맛이긴 하지만 일단 너무 짜고, 굳이 이 땡볕에 이걸 이렇게 불편하게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매우매우 많이 든다. 이게 너무너무 맛있었다던 동생 친구의 미각이 의심된다.
4. 단수이
아무튼 곱창국수로 대강 점심을 때우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단수이로 향한다. 그 전에 입안이 너무 짜서 지하철 역의 미스터도넛에서 망고소다를 하나 사먹었다. 가격은 NT$75. 망고 소다 가격이 곱창 국수 보다 비쌌다. 그래도 뭐 망고 소다가 더 맛있었음.
홍마오청에 가려면 전철로 단수이역 까지 가서, 단수이역 2번 출구에서 R26번 버스를 타면 된다.
나는 홍마오청에서 내려서 도보로 홍마오청 – 진리대학 – 소백궁 – 타다이키치 고택을 돌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왔던 담강 고등학교는 어디인지 찾지 못했고, 뭐 어차피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니 별로 미련은 없다. 참고로 단수이에 가기전에 이 영화가 재미 없다면, 단수이가 별로일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영화가 정말 재미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수이가 정말 좋았다.
영화의 촬영지로써가 아니라, 그냥 단수이라는 지역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함.
날이 한창 더워서 그런지 길에 사람도 별로 없고, 좁은 골목길을 굽이굽이 걷다보면 예쁜 집도 보이고, 특히 홍마오청에서 보는 바다인지 강인지가 CF에 나오는 바다 처럼 청량하기 그지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에노시마의 유명한 슬램덩크 건널목에서 바라보는 바다만큼 나에게는 임팩트가 있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았던 보지 않았던, 타이페이를 갔다면 단수이, 그리고 홍마오청은 꼭 가보길 바란다.
다시 R26번 버스를 타고 워런 마터우로 향한다. 선셋이 예쁜 곳이라고 하던데 아직 시간이 이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찍 향해본다.
워런마터우에 도착에서 사랑의 다리를 건너서 피셔맨즈 마켓으로 향하는데, 정말이지 주변에 사람이 거의 안보인다. 문을 연 가게도 없다. 너무 일찍 온건가?? 뭔가 황량한 분위기 이다. 여기서 커피나 한잔 하고 싶었는데, 문을 연 가게가 없어서 포기하고 워런마터우 정류장에 있던 제법 큰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이 동네에서 제일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이 편의점인듯. 편의점에 좌석도 넉넉하고 에어컨도 빵빵해서 녹차를 하나 사서 앉았다. 일단 땀이나 식히고 가야겠다.
한참을 편의점에 앉아서 이생각 저생각을 하다보니 배가 고프다. 워런 마터우는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굳이굳이 찾아갈 곳은 아닌거 같다.
아무튼 다시 R26번 버스를 타고 단수이 역으로 돌아갔다. 오늘 선셋은 단수이 강변에서 봐야겠다.
강변을 따라서 ‘단수이 라오제’라고 하는 상점가가 늘어서있다. 근데, 왜 다 대왕 오징어만 팔고 밥집이 없지 ㅠㅠ 배가 고픈데 아무리 봐도 밥집이 없다. 급하게 구글 맵으로 음식점을 찾아서 들어간 곳은 파스타집 이었는데, 대만 물가에 비해서 가격도 제법 비싼 편 이었는데, 맛도 그닥 이었다. 단수이에 갈때는 미리 밥을 든든히 먹고 가던가, 대왕 오징어같은 주전부리로 밥은 대신하던가 해야할 것 같다.
밥을 먹고 강가에 앉아서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강변의 한켠에서는 사교 댄스를 추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있고, 노래방 기계를 가져다 놓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낮설고 적응이 되지 않는 풍경이긴 하지만, 이게 진짜 대만인가 싶으면서, 나름 재미가 있다.
서서히 단수이 강변에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강물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단수이의 석양은 내가 생각한것보다 훨씬 좋았다. 뭐랄까 ‘아름답다’라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것 같지만, 그냥 좋았던것 같다. 사교댄스를 추는 아줌마 아저씨들과, 대왕 오징어와, 석양과, 조용히 흐르는 강물과 그 모든것이 어우러져서 묘한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좋았다.
계속 석양을 바라보다 보니, 슬슬 쓸쓸한 기분이 올라오려고 한다. 이제 그만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야겠다.
가는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 들고 내 숙소로 돌아갔다.
5. 숙소 (써니 호스텔)
숙소는 2층 침대가 있는 방으로 나는 이방을 혼자 사용한다. 3박에 조식은 없고 191,000원에 예약했다. 화장실도 작지만 깔끔하고, 방도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단지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캐리어를 끌고 올라오기가 매우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모든것을 용서하게 만든다.
TV를 켜놓고, 오늘의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여행 1일차를 마친다.